BL

240뺨

[러브 암기 작렬 노트] 

첫 번째 칸에 대상자의 이름을, 

그 옆에는 대상자와 나누고 싶은 육체적 관계 내용을 기입하시오. 

※ 암기(暗技)의 효과가 탁월한 만큼 중독성이 강하니 사용에 주의하시길 바랍니다. 

책장에 꽂힌 정체불명의 노트를 발견했을 때, 

한범은 고민도 하지 않고 불알친구 소혁의 이름과 당장 떠오르는 야한 짓을 적었다. 

진짜면 엿 좀 먹어 보라지. 장난 반, 진담 반의 마음으로. 

“박, 한범…… 하아…….” 

“뭐야. 어디 아프냐?” 

“몰라, 하…… 갑자기 왜 이렇게 몸이 뜨겁지…….” 

이렇게 효과가 좋을 줄 알았다면, 절대 하지 않았을 텐데. 

“……야, 박한범.” 

“뭐, 뭐. 하지 마. 말하지 마. 아무것도 하지 마.” 

“나 네 거 한 번만 빨아 봐도 되냐?” 

* * * 

“그동안 내가 뭐에 씌기라도 했나 봐. 너 따위가 뭐라고. 나는 누구랑 달리 게이도 아닌데.” 

몸이 통하니 마음까지 통하고 있다고 착각한 걸까. 

소혁은 술김에 고백을 던져 버렸다. 

그 대가는 참혹했다. 

“……어디 가서 아웃팅 하면 죽여 버릴 거야.” 

“너란 새끼를 통째로 잊어버릴 생각인데 설마 그럴 일이 있겠어?” 

이를 악물고 한 말에 한범은 비웃듯 답했다. 

애당초 우리 우정은 폐기 방식도 고려하지 않아도 될 만큼, 소중한 게 아니었다고. 

“박한범. 경고하는데 앞으로 입이나,” 

소혁이 시선을 내려 엉성하게 정리된 한범의 바지춤을 찍고, 

“그거 깨끗하게 놀리는 게 좋을 거야……. 이 끝맛 더러운 새끼야.” 

오래도록 기울어져 있던 우정에 마침표를 찍었다.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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출간처  리디